
경북 영천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약재 거래량의 약 30%가 집결하는 도시다. 현대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520여 종의 약재 가운데 470여 종이 영천에서 거래된다는 말이 농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통용되어 왔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영천이 유통 중심지로 성장한 것은 비교적 오래된 일이지만, 정작 지역 내 약용작물 재배 면적은 오랫동안 그 규모에 비해 작았다. 시장은 크지만 직접 생산하는 농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읍·면 단위에 재배 단지를 조성하고, 농가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가공과 창업까지 연계하는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쌓아온 결과, 지금의 영천 약용작물 재배 기반이 형성됐다. 귀농을 준비 중이거나 기존 작물에서 약초로 전환을 고려하는 농업인이라면, 이 기반이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경로로 참여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 영천 약용작물 재배 단지가 어느 지역에 어떤 작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 재배 농가가 직접 신청할 수 있는 시 차원의 지원사업과 그 신청 방법
- 약용작물산업화지원센터가 재배 단지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이용하는지
- 참여 전에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작목 선택과 시장 변동의 문제
유통 중심지에서 생산 기반으로 — 영천 약용작물 재배의 배경
영천시는 2005년 한방진흥특구로 지정됐다. 보현산과 채약산 일대에 다양한 약초가 자생하는 자연환경과, 역사적으로 형성된 한약재 집산지로서의 지위가 그 배경이었다. 특구 지정은 단순한 인증이 아니라, 이후 국비 지원 공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가 됐고, 재배 단지 조성과 산업화 인프라 구축에 실질적인 재원이 투입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특구 지정 초기만 해도 영천의 약용작물 재배 면적은 47ha 수준에 불과했다. 전국 한약재 유통량의 30%를 담당하는 도시치고는 자체 생산 기반이 취약했다. 이 문제를 인식한 영천시는 2003년을 전후해 읍·면 단위에 작목반을 구성하고 재배 단지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후 재배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원, GAP 인증 경비 지원, 가공 시설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배 기반이 점차 두터워졌다.
지역별 재배 단지 구성 — 어느 면에서 무엇을 재배하는가
영천시의 약용작물 재배 단지는 특정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 각 읍·면의 자연환경과 토양, 기존 농가 조직에 따라 주요 작목이 다르게 배치되어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자신의 귀농 예정지나 농지 위치와 어떤 작목이 맞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녕면 — 작약의 전국 최대 주산지
신녕면은 영천 약용작물 재배의 상징적인 거점이다. 신녕면 화남리 일원을 중심으로 현재 약 110ha에서 300여 농가가 작약을 재배하며, 연간 생산량은 5,000톤 이상으로 전국 생산량의 34~40%를 차지한다. 경상북도는 이 수치를 근거로 영천시를 전국 최초의 '작약 주산지'로 공식 지정했다. 작약은 한의학에서 진통·소염 목적으로 사용되고 화장품 소재로도 쓰이는 작목으로, 의약품과 뷰티 산업 양쪽에 걸쳐 수요가 있다. 단지 내에서는 경북생약농업협동조합이 선별·가공·저장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재배 이후 유통 연계가 비교적 구체화되어 있는 편이다.
화산면, 자양면, 임고면 — 시호·오가피·소엽 등 다품목 체계
화산면에는 시호 재배 단지가, 자양면에는 오가피 단지가, 임고면에는 소엽·방풍·형개 등 여러 약초를 함께 재배하는 복합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들 지역은 신녕면 작약단지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특정 작목에 집중된 작목반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임고면의 경우 복령(茯笭)을 비닐봉지 방식으로 시설 재배하는 영농조합법인이 운영된 사례가 있는 등, 지역에 따라 재배 방식도 다양하다. 이 지역들은 단지의 확장보다는 기존 작목반의 지속적인 관리와 보조금 연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작목반 중심 운영의 의미
영천의 재배 단지 대부분은 작목반이라는 농업인 조직을 기본 단위로 운영된다. 개별 농가가 단독으로 재배 단지에 입주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지역 작목반에 가입하거나 기존 작목반과 협의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귀농자나 외지에서 이주하는 경우라면, 먼저 해당 면 지역 작목반의 존재 여부와 가입 조건을 영천시 친환경농업과 또는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 단계다.
약용작물자원화 지원사업 — 재배 농가가 직접 신청하는 경로
재배 단지에 참여하는 것과는 별도로, 이미 약초를 재배하고 있거나 새로 시작하는 농가라면 영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약용작물자원화 지원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고품질 약용작물 생산을 위해 필요한 친환경 농자재, 종자·종묘 구입비, GAP 인증 관련 소요 경비 등을 보조하는 직접 지원 사업이다.
2026년 기준으로는 신청 기간이 2026년 2월 중으로 공지됐으며, 영천시에 주소를 둔 약초 농가 및 약초 작목반을 대상으로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전 사례들을 보면 매년 초반 또는 연초에 신청 공고가 게시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사업비 규모는 연도별로 다르지만 2억 원 내외로 운영된 해가 있으며, 확정된 사업비에 따라 농가별 보조 지원금 규모가 조정된다.
신청 방법과 확인 경로
매년 공고 내용이 바뀌기 때문에, 해당 연도의 정확한 신청 조건과 지원 항목은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공지사항(www.yc.go.kr/farm)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신청은 거주지 읍·면·동사무소 방문 제출이 기본이며, 영천시 친환경농업과에 전화로 문의해 사전 안내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공고가 뜨기 전에 미리 문의해 두면 당해 연도 일정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
약용작물산업화지원센터 — 가공·품질검사·창업 연계 시설
재배 단지나 지원사업과 다른 층위로, 영천시 한방문화지구(도동) 내에는 '영천시약용작물산업화지원센터'(한방로 16-2)가 운영되고 있다. 이 시설은 단순히 약초를 키우는 농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약용작물을 소재로 한 제품 개발, 품질 검사, 6차 산업화, 기업 창업 등을 지원하는 복합 인프라다.
시설 구성은 사무동(2층, 812㎡, 품질검사실 및 창업보육 기능 포함) 등 3개동, 총 연면적 1,560㎡ 규모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모 사업에서 선정되어 국비 30억 원을 포함한 총 60억 원이 투입됐으며, 대구한의대와의 협력 운영 체계도 갖추고 있다. 현재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026년 4월 기준 위탁자 선정 결과 공고가 게시된 바 있다.
센터 입주 또는 활용 방법
이 센터를 이용하려는 경우 크게 두 경로가 있다. 첫 번째는 입주기업 또는 참여기업 자격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별도 공고를 통해 항노화 소재, 한방 가공 관련 창업 기업이나 예비 창업자를 모집하며, 신청 자격 조건(예: 창업 후 5년 미만 기업 등)이 공고마다 달리 제시된다. 두 번째는 시설 장비를 활용한 '제품 고급화 지원사업' 등 개별 사업에 참여기업으로 신청하는 방식이다. 이 경로는 경남 항노화연구원 등 유관 기관과 연계되어 운영되는 사업도 있으므로, 기업의 소재지나 사업 유형에 따라 신청 가능한 공고가 다를 수 있다.
센터 고객센터는 054-332-8383이며, 센터 홈페이지(mpis.re.kr)에서 시설 현황과 모집 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 입주나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공고 이전에 센터에 직접 연락해 현재 운영 상황과 다음 모집 일정을 먼저 파악하는 방법이 실질적이다.
참여 전에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들
영천의 약용작물 재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시장 상황이 기대와 다르게 전개된 사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작약 가격 문제다. 전국 최대 주산지가 된 영천의 작약은 생산량이 많아진 만큼 공급 과잉 구간에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영천시가 절단·건조 비용을 지원하며 대응에 나서야 했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약초는 작목에 따라 재배 후 수확까지 2~4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진입 시점의 시장 가격이 수확 시점의 가격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약용작물은 품질 기준이 까다롭다.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이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한의약 유통 경로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영천시의 지원사업이 GAP 인증 경비를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귀농자라면 재배 기술 자체보다 품질 기준 충족을 위한 재배 관리 방식을 먼저 이해하고 진입하는 것이 적합하다.
작목 선택에서 또 하나 고려할 점은, 이미 대규모로 조성된 단지와 동일한 작목을 신규로 재배할 때 판로를 기존 조직(작목반, 협동조합)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조직에 참여하지 않은 개별 농가는 수매나 유통 연계에서 배제될 수 있다. 단지 내 재배 조직 가입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하며 — 영천 약초 재배 단지 진입의 실제 시작점
영천의 약용작물 재배 기반은 단일한 입주 창구가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재배 단지는 읍·면 작목반 단위로 운영되고, 자금 지원은 농업기술센터의 자원화사업을 통해 이루어지며, 가공·창업 연계는 약용작물산업화지원센터가 담당한다. 따라서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첫 번째 연락처가 달라진다.
단순히 약초를 재배하고 싶다면 영천시 농업기술센터(친환경농업과)에 연락해 해당 작목의 재배 단지 현황과 작목반 가입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 시작이다. 자원화 지원사업 신청을 원한다면 농업기술센터 공지사항을 연초에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약초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이나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약용작물산업화지원센터에 직접 연락해 모집 일정과 조건을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각각의 경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자신의 진입 목적을 먼저 명확히 정리하고 문의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자주 묻는 질문
영천 약용작물 재배 단지에 외지인도 참여할 수 있나요?
재배 단지는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에 농지와 주소를 둔 농업인을 대상으로 운영됩니다. 다만 귀농을 통해 영천으로 이주한 경우라면 지역 작목반에 가입하거나 영천시의 귀농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진입하는 경로가 있습니다. 외지에서 농지만 임차해 참여하려는 방식은 작목반 가입 조건이나 보조금 신청 자격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농업기술센터에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용작물자원화 지원사업의 지원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업비 규모와 농가별 지원 금액은 해당 연도 예산과 신청 농가 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과거 사례에서는 총사업비 2억 원 규모로 운영된 해도 있었으며, 신규 약초 재배 면적에 대해 10a당 일정 금액을 보조한 방식이 적용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금액은 당해 연도 공고문에서 확인해야 하며, 영천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공지사항이 가장 정확한 출처입니다.
약용작물산업화지원센터는 재배 농가도 이용할 수 있나요?
센터의 주요 기능은 가공·품질검사·창업 지원이므로, 단순 재배 농가보다는 약초를 소재로 한 제품 개발이나 6차 산업화를 준비하는 경우에 적합합니다. 다만 품질검사실 등 일부 시설은 재배 농가도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 부분은 센터(054-332-8383)에 직접 문의해 현재 제공 가능한 서비스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작약 외에 영천에서 재배할 만한 약용작물은 무엇인가요?
영천에서는 시호, 오가피, 소엽, 방풍, 형개, 복령 등이 지역 단위로 재배되어 왔습니다. 감초의 경우 국내 생산이 부족해 해외 생산 단지 조성을 추진하기도 했을 만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입니다. 어떤 작목이 현재 시장 수요와 영천의 재배 환경에 맞는지는 영천시 농업기술센터의 기술 상담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트렌드에 따라 수요가 급변하는 작목도 있으므로, 판로와 유통 구조를 함께 파악한 뒤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