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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지르기가 수확량을 늘리는 원리 — 생장점 관리의 실제

by sarangmoo 2026. 6. 15.
온실에서 토마토 곁순을 제거하는 전문적인 농업 현장 사진

같은 날 같은 품종을 심었는데도 옆집 밭과 수확량이 눈에 띄게 다른 경우, 그 차이를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생장점 관리다. 순지르기 한 번으로 콩 수확량이 10% 이상 늘고, 토마토는 크기가 고르고 당도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는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생장점을 잘라내면 열매가 더 잘 달리는 걸까?

그 답은 식물이 성장 에너지를 어디에 얼마나 배분하는지를 조절하는 호르몬 기작에 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작물마다 순지르기 방법이 왜 다른지, 언제 해야 효과가 있고 언제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 정아우세 원리 — 생장점이 측지 발생을 억제하는 호르몬 기작
  • 순지르기가 착화 수·착과 수를 늘리는 경로
  • 수량성과 품질에 각각 어떤 영향을 주는지
  • 토마토·오이·수박·콩·고추별로 관리 방식이 다른 이유
  • 시기를 잘못 잡았을 때 생기는 문제와 현장 판단 기준

생장점이란 무엇인가

생장점(apical meristem)은 줄기나 뿌리 끝에 있는 세포 분열이 활발한 조직이다. 잎, 꽃, 줄기 마디 같은 모든 새 구조는 이 부위에서 만들어진다. 생장점은 단순한 끝 부분이 아니라 식물 전체의 성장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중심이다. 특히 줄기 맨 위의 생장점을 '정아(頂芽)'라 하고, 줄기 옆에 형성되는 것을 '측아(側芽)'라고 한다.

정아우세 — 하나의 생장점이 나머지를 누르는 원리

대부분의 식물은 정아우세(apical dominance)라는 특성을 갖는다. 맨 위의 정아가 성장 호르몬인 옥신(auxin)을 생산해 아래로 내려 보내면, 그 옥신 농도가 측아에 도달했을 때 측아의 세포 분열을 억제한다. 결과적으로 식물은 위쪽 생장점 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하면서 위로만 빠르게 자라려 한다.

이때 정아를 제거하면 옥신 공급이 끊긴다. 억제가 풀린 측아에서는 사이토키닌(cytokinin)이라는 호르몬이 활성화되어 측지(곁가지)가 빠르게 발생하기 시작한다. 하나의 생장점 대신 여러 개의 측지가 생기고, 각 측지 끝에 새로운 화아(꽃눈)가 형성되면서 착화 수와 착과 수가 늘어나는 것이 순지르기의 핵심 원리다.

수량성에 미치는 영향

착화·착과 수 증가

콩은 꼬투리가 맺히는 위치가 줄기 끝의 꽃눈이다. 순지르기를 하지 않으면 줄기 하나의 끝에만 꽃이 달리지만, 생장점을 제거하면 측지가 여러 개 발생하고 각 측지 끝에 꽃눈이 분산되어 꼬투리 수가 늘어난다. 농촌진흥청 실증 시험에서 콩 품종 '대원'은 순지르기 후 수확량이 15%, '우람'은 19% 증가한 결과가 있다. 이처럼 꽃이 줄기 끝에 집중되는 작물일수록 생장점 관리의 수량 효과가 크다.

도복 방지와 일조 개선

줄기가 웃자라면 무게 중심이 높아져 장마철이나 태풍에 쉽게 쓰러진다. 도복이 한 번 일어나면 이후 생육 회복이 어렵고 수확 작업도 힘들어진다. 순지르기는 키를 줄이고 줄기 수를 늘려 군락 전체의 수광량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잎이 빽빽하게 겹치면 하위 잎에 빛이 들어오지 않아 광합성 효율이 낮아지는데, 생장점 관리를 통해 줄기 높이와 밀도를 조절하면 빛이 고르게 분산된다.

품질에 미치는 영향

착과 수를 무조건 많이 늘린다고 품질이 좋아지지 않는다. 하나의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들 수 있는 당과 양분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열매 수가 너무 많으면 개별 과실에 공급되는 양분이 줄어 크기가 작아지고 당도가 떨어진다. 생장점 관리의 품질 효과는 착과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필요 없는 줄기와 착과 위치를 제어해 양분 배분을 최적화하는 데 있다.

토마토에서 곁순을 제거하고 단일 줄기로 키우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곁순을 방치하면 광합성 산물이 여러 줄기로 분산되어 각 화방의 과실 크기가 작아지고 성숙이 불균일해진다. 반대로 곁순을 제거하고 원줄기에 화방 수를 적정하게 유지하면 각 과실에 공급되는 양분 경쟁이 줄어 크기가 균일해지고 당도가 높아진다. 수박이나 참외에서 포기당 착과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도 같은 논리다.

작물별 생장점 관리 방식이 다른 이유

작물마다 꽃이 맺히는 위치와 줄기 발달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생장점 관리 방법도 작물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원리는 같지만 실행 방식은 각각 다르다.

토마토 — 곁순 제거와 화방 수 관리

토마토는 원줄기를 키우면서 각 마디에서 나오는 곁순(겨드랑이 새순)을 지속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기본이다. 원줄기 한 줄기에 화방이 연속으로 달리도록 관리한다. 일반 토마토는 4~5번째 화방 위에서, 방울토마토는 7번째 화방 위에서 생장점을 멈추는 것이 수확 효율과 과실 품질의 균형점으로 알려져 있다. 곁순 제거는 크기가 작을 때(손가락 한 마디 이하) 제거할수록 작물에 주는 부담이 적다. 이미 크게 자란 곁순을 갑자기 제거하면 일시적으로 잎 면적이 크게 줄어 생육이 멈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

오이 — 어미덩굴과 아들덩굴의 역할 분리

오이는 어미덩굴(원줄기)과 아들덩굴(측지) 모두에서 열매를 맺지만, 손자덩굴은 키우지 않는다. 어미덩굴은 20~25마디에서 적심하고, 아들덩굴은 오이 한 개와 잎 두 장을 남기고 끝을 자른다. 이렇게 하면 한 포기에서 열매를 맺는 위치가 분산되어 수확 시기가 일정하게 이어지고 포기당 총 수확량도 늘어난다. 조선오이처럼 아들덩굴과 손자덩굴에서 오이가 열리는 품종은 줄기를 억제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품종 특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수박·참외 — 착과 위치와 줄기 수의 균형

수박은 기본적으로 원줄기와 아들줄기 2개를 합쳐 3줄기 체계로 관리하며, 18~21번째 마디 사이의 암꽃 중 가장 건실한 것 하나에만 수분을 시켜 열매를 키운다. 포기당 2~3개만 키우는 것이 원칙이다. 열매 수를 제한하는 이유는 뿌리에서 잎으로, 잎에서 열매로 이동하는 광합성 산물을 집중시켜 당도와 크기를 높이기 위해서다. 참외는 손자덩굴에서만 암꽃이 피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미→아들→손자 순서로 덩굴이 전개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들덩굴을 15~20마디에서 적심해야 손자덩굴이 충분히 발생한다.

콩 — 2단계 적심으로 분지 수 늘리기

콩은 본잎이 5~7장일 때 1차 순지르기를 해서 측지 발생을 유도하고, 꽃이 피기 10일 전쯤 각 줄기의 생장점을 다시 제거하는 2차 순지르기를 한다. 2단계 적심은 각 측지 끝에 다시 분지를 만들어 꽃눈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방법이다. 단, 꽃이 피기 시작한 뒤에 순지르기를 하면 꼬투리가 맺히지 않아 오히려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므로, 개화 전에 마쳐야 한다. 또한 식물체가 넓게 심어져 쓰러질 염려가 없거나 키가 충분히 작은 경우에는 순지르기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

고추 — 첫 꽃 제거와 방아다리 관리

고추는 Y자로 줄기가 갈라지는 방아다리 지점에서 첫 번째 꽃을 제거하는 것이 기본이다. 첫 꽃을 남기면 그 열매가 달려 있는 동안 그 아래쪽에서 나오는 새 줄기들의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에 전체 착과 시작이 늦어진다. 방아다리 아래에서 나오는 곁순은 모두 제거해 세력을 집중시킨다. 규모 있게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3~7번째 화방까지 제거해 세력을 더 키운 뒤 착과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초기 수확은 늦어지지만 이후 총 수확량과 품질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시기를 잘못 잡으면 생기는 문제

순지르기는 시기가 잘못되면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가장 흔한 실수는 너무 늦게 하거나 너무 이르게 하는 것이다.

너무 늦은 경우, 즉 이미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 뒤에 생장점을 제거하면 식물은 생식생장에서 다시 영양생장으로 전환하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된다. 콩처럼 개화 이후 적심하면 꼬투리 수가 줄어드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과채류에서 이미 큰 곁순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제거하면 잎 면적이 급격히 줄어 일시적인 생육 정체가 나타나기도 한다.

너무 이른 경우에는 측지 발생이 과도해지거나 식물이 아직 충분한 세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줄기로 에너지가 분산되어 전체 생육이 약해질 수 있다. 유묘기나 활착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의 적심은 회복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린다.

작업 시간도 중요하다. 순지르기는 오전 10시 이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잘린 자리가 낮 동안 햇볕과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면서 빨리 아물고, 병해충이 상처 부위를 통해 침투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현장에서 생장점 관리를 판단하는 기준

생장점 관리는 작물별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지만, 실제 재배 환경에서는 그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판단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작물이 웃자라 있는가를 먼저 확인한다. 마디 사이가 길고 줄기가 연하게 자란 상태라면 질소 과잉이나 일조 부족이 원인인 경우가 많고, 이런 상태에서 적심을 하면 세력이 추가로 분산되어 회복이 느릴 수 있다. 반대로 세력이 지나치게 강해 잎이 두껍고 진한 녹색이라면 생장점 제거가 생식생장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둘째, 착과를 원하는 부위와 시기를 먼저 정한다. 순지르기는 에너지 흐름을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느 줄기에서 언제 열매를 맺을지를 미리 계획하지 않으면 관리 방향이 흔들린다. 수박처럼 착과 마디가 중요한 작물은 원하는 마디에 암꽃이 도달했을 때 다른 곁순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셋째, 제거 후 작물의 반응을 살핀다. 적심 후 3~5일 안에 측아에서 새순이 올라오면 세력이 충분하다는 신호다. 반응이 느리거나 새순이 가늘다면 수분·양분 상태나 뿌리 건강을 함께 점검한다.

정리하며

순지르기는 식물의 정아우세 기작을 이용해 성장 에너지의 흐름을 바꾸는 작업이다. 생장점을 제거하면 옥신 억제가 풀리고 측지가 발생해 착화 수가 늘어나며, 동시에 키를 줄여 도복을 방지하고 광 분포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품질 측면에서는 착과 수를 적절히 제한하고 양분 배분을 집중시켜 개별 과실의 크기와 당도를 높인다.

다만 이 모든 효과는 시기와 방법이 맞을 때 나타난다. 개화 이후에 한 콩 적심, 세력이 약한 상태에서의 과도한 곁순 제거, 이미 크게 자란 곁줄기를 한꺼번에 자르는 행위는 오히려 수확량을 줄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작물별 특성과 현재 생육 상태를 함께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생장점 관리의 핵심이다.

자주 묻는 질문

곁순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조금 남겨두면 어떻게 되나요?

곁순을 절반 정도 남기고 자르면 남은 조직에서 다시 새순이 빠르게 자라나온다. 작은 그루터기가 남아 있으면 옥신 억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측지 발생 효과도 절반에 그친다. 가능한 한 잎겨드랑이 바로 위에서 깔끔하게 제거하는 것이 좋다. 단, 너무 바짝 자르면 원줄기 조직에 상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약간의 여유를 두고 자른다.

순지르기 후 상처 부위에 병이 생길 수 있나요?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역병, 줄기마름병, 잿빛곰팡이병 같은 병원균은 상처 부위로 침투하기 쉽다. 작업은 오전 10시 이전에 마쳐 낮 동안 상처가 마를 시간을 확보하고, 작업 도구(가위, 손)를 작업 전 소독하는 것이 기본이다. 순지르기 직후 비가 예보되어 있다면 작업 시기를 미루는 것이 안전하다.

텃밭에서 고추 첫 꽃을 없애기가 아까운데, 꼭 제거해야 하나요?

소규모 텃밭이라면 첫 꽃을 남겨도 고추가 달린다. 다만 첫 꽃에서 맺힌 열매가 달려 있는 기간 동안 그 아래에서 자라는 줄기들의 성장이 느려지고, 전체적인 착과 시작이 1~2주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수확 기간이 길어야 하거나 초기에 여러 고추를 수확하고 싶다면 제거하는 것이 유리하고, 아주 소량만 키우는 경우라면 남겨도 큰 문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