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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을 베고 망고·파파야를 택한 제주 농부들, 그 선택의 이유와 현실

by sarangmoo 2026. 5. 15.
제주에서 감귤을 대신해 아열대 작물을 선택한 농부들의 전환 이야기를 텍스트 없이 순수한 시각적 요소로 표현한 이미지

 

제주도의 기온은 지난 30년간 약 1.6도 상승했다. 전국 평균보다 빠른 속도다. 11월 중순에도 낮 최고기온이 24도에 달하는 날이 생겼고, 여름 열대야 일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감귤 농가 입장에서 이것은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다. 열대야가 길어지면 감귤의 착색이 늦어지고, 출하 시기가 밀리며,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다. 제주 대표 과일의 지위가 흔들리는 동안, 일부 농부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망고, 파파야, 패션프루트, 올리브. 과거에는 수입에만 의존하던 작물들이 지금 제주 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다. 이 글은 그 전환을 먼저 선택한 제주 농가 네 곳의 이야기다. 선택의 계기, 재배 과정에서 맞닥뜨린 문제, 그리고 수익 구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각 농가가 공개적으로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성공담이기도 하지만, 진입 전에 알아야 할 현실도 함께 담았다.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 제주 아열대 작물 재배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지 수치로 확인
  • 망고·파파야·패션프루트·올리브 각 작목에서 실제 농가가 겪은 전환 이야기
  • 작목별로 다른 수익 구조와 판로 방식의 차이
  • 아열대 작물 재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실적 제약과 대응 방법

제주 아열대 작물 재배, 지금 어느 정도까지 왔나

전국 아열대 과수 재배 면적은 2018년 117헥타르에서 2023년 221헥타르로 증가했다. 재배 농가 수도 같은 기간 426곳에서 707곳으로 늘었다. 2024년 기준 제주도 내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만 따져도 221.1헥타르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전국 아열대 과수 재배 면적 중 제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작목별로는 망고를 재배하는 농가가 전국에서 319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패션프루트 152곳, 바나나 67곳 순으로 파악됐다. 용과, 파파야, 올리브, 페이조아, 아보카도도 점차 재배 농가가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2040년대 이후 아열대 기후대가 한반도 남부 대부분을 포함할 것으로 전망하며 대응 품종 연구와 재배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흐름 속에서 제주는 국내 아열대 작물 재배의 가장 오래된 시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사례 1 — 25년 전 '미친 선택'이 지금의 농장을 만들다

서귀포시 위미리에서 유광농장을 운영하는 송성진 대표(64)는 2000년대 초반 감귤나무를 베어내고 열대과일로 전환했다. 당시 주변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제주도에서 열대과일이 되겠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는 기후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10년 후면 지금보다 훨씬 따뜻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현재 유광농장은 총 6,950평 규모의 온실을 운영하며 7가지 이상의 작물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애플망고(1,700평), 딸기 양액 재배(750평), 만감류와 실험 작물(4,500평)이 각 동에 배치되어 있다. 레드향, 카라향, 천혜향, 윈터프린스 같은 만감류에 애플망고와 딸기가 주력 출하 작물이며, 실험 단계로는 리치와 레드파인애플도 재배 중이다. 단일 작물에 의존하지 않는 포트폴리오 구조가 이 농장의 핵심이다.

눈에 띄는 것은 IT 프로그래머인 딸이 직접 설계·코딩한 자동 제어 시스템이다. 25년간 아날로그로 쌓아온 온도 관리 데이터를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해 작물별 최적 환경을 더 정밀하게 조절한다. "딸아이가 농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경험이 기술이 됐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현재 그는 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신규 농업인 멘토링도 담당하며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나 혼자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깝다"는 것이 그의 이유다.

사례 2 — 아스파라거스 전문가가 파파야를 선택한 이유

제주 대정읍 영락리에서 우보농산을 운영하는 설동준 대표(62)는 원래 아스파라거스 전문가였다. 30년 전 일본에서 직접 재배 기술을 배워 한국에 들여왔고, 강원도 홍천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다 2000년 제주로 이주해 아스파라거스 재배를 계속했다. 그러나 기온이 오르면서 병충해 문제가 반복됐고, 결국 작목 전환을 결정했다.

그가 선택한 것이 파파야다. 파파야는 이론적으로는 한국 재배가 가능하지만 경제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시도하는 농가가 거의 없었다. 설 대표는 대정읍이 제주에서도 기온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대정읍은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1년에 10일 내외입니다. 다른 지역은 난방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낮지만 여기는 다릅니다." 파파야 재배에는 최소 10도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대정읍의 자연 기온이 이 조건을 상당 부분 충족시켜 준다.

재배 첫해 수확에는 성공했지만 판매처가 없어 생산물을 전량 버려야 했다. 그는 직접 판로를 개척했다. 타깃은 국내에 거주하는 동남아시아 출신 소비자들이었다. 태국의 국민 요리 '쏨땀'에는 그린 파파야가 핵심 재료로 들어간다. 중간 상인 없이 동남아 식품 소규모 유통업자와 직거래를 시작한 것이 돌파구가 됐다. "본고장 태국이나 필리핀보다 신선도가 우수하다고 자부합니다. 파파야 원산지는 동남아가 아니라 제주도입니다"라는 그의 말에는 수년간의 시행착오가 담겨 있다.

사례 3 — 퇴직 후 제주에서 만난 패션프루트, 들어본 적도 없던 작물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백향농원을 운영하는 임채용씨(64)는 퇴직 후 아내의 고향인 제주로 이주했다. 귀농 교육을 받으면서 패션프루트(백향과)라는 과일을 처음 알게 됐다.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었다"는 그가 2016년 감귤밭을 갈아엎고 이 작물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생소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3,900㎡ 규모 비닐하우스 2동에서 재배를 시작한 패션프루트는 묘목을 최소 3년 이상 키워야 하는 감귤과 달리 심은 그해 수확이 가능하다. 손이 덜 가고 농약을 거의 뿌리지 않는다는 점도 귀농자에게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임씨는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부부가 짓기에 무리가 없다"며 "열매만 제대로 맺는다면 수익은 노지 감귤에 비해 2~5배 높다"고 말했다.

판로 문제도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했다. 함덕 지역 11개 농가가 함께 패션프루트를 재배하고, 함덕농협이 전량 수매해 공동 선별 후 출하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나로마트를 시작으로 판로가 대형마트까지 확장됐다. 하지만 재배 기술의 미확립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2017년 첫 수확 이후 착과 불량이 발생해 묘목을 전량 교체하는 일이 있었다. 원인이 날씨인지 토양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당시에는 파악조차 어려웠다. "국내 환경에 맞는 재배 기술 확립이 시급하다"는 그의 말은 패션프루트를 고려하는 농가라면 지금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사례 4 —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와 '올리브의 기준'을 만들다

올리브 스탠다드 이정석 대표는 원래 제주 사람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 1년 살이를 위해 제주에 내려왔다가 섬에 남기로 결정했다. 계기는 제주 농업의 현실과의 만남이었다. 기후변화로 흔들리는 노지 감귤, 고령화로 버거워지는 농사, 다음 선택지를 고민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가 선택한 것은 올리브였다. 제주는 일본의 올리브 명산지 '쇼도시마'와 기후와 위도 조건이 유사하다. 이 조건에서 가능성을 본 그는 올리브 재배를 시작했고, 동시에 제주올리브연구회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현재 제주에는 약 50곳의 올리브 농가가 있다. 이정석 대표는 이들 농가의 생산물 홍보와 소비자 체험 연결을 담당한다. 올리브 오일 생산뿐 아니라 국제 올리브 오일 품질 평가에서 사용하는 실제 검사 기법을 일반인 체험에 도입한 점이 독특하다.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만들어야 경쟁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이야기는 성공담이기도 하지만 솔직한 고백이기도 하다. 강한 바람, 높은 습도, 예측 불가한 기상 변화로 어떤 해는 열매가 거의 맺히지 않았고, 어떤 해는 병해를 막는 것만으로 벅찼다. "잘된 이야기만 하면 기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실패 기록까지 공유해야 다음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를 '성공했다'가 아닌 '아직 과정 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 맥락에서 이해된다.

네 사례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현실적 과제

네 농가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공통된 과제가 있다. 첫 번째는 난방비다. 망고의 경우 경영비의 약 55%, 파파야는 경영비의 60% 이상이 난방비로 나간다는 분석이 있다. 1,000평 기준 망고 농장의 연 매출이 1억 2,000만 원 수준이라도, 난방비로만 절반 가까이가 나가는 구조다. 대정읍처럼 자연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무가온 혹은 저가온 재배가 가능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경제성 차이가 크다. 재배를 고려하기 전에 자신의 농지 위치가 어느 조건에 해당하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두 번째는 재배 기술의 불안정성이다. 국내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 역사가 길지 않아 지도서나 기술 매뉴얼이 부족하고, 실제 현장 조건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착과 불량, 바이러스 피해, 총채벌레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가 58종 도입 후 17종을 선발해 품종과 재배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현장 보급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작목들이 있다.

세 번째는 판로다. 네 농가 모두 판로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협동조합과 농협을 통한 공동 출하, 동남아 소비자 직거래, 체험 관광 연계, 멘토링을 통한 지역 농가 조직화. 각자 방식은 달랐지만, 기다리면 누군가 판로를 만들어주는 구조가 아니었다. 아열대 작물은 아직 대형 유통망이 안정적으로 소화할 만큼 물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 또는 유통 채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열대 작물 전환,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네 사람의 사례를 보면 한 가지 공통된 패턴이 있다. 이들은 모두 트렌드를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농지 조건과 기후 데이터, 그리고 소비자를 직접 관찰한 뒤 선택했다. 송성진 대표는 기후 데이터 분석에서 확신을 얻었고, 설동준 대표는 대정읍의 자연 기온 조건을 먼저 확인했다. 임채용씨는 공동 출하 가능한 조직이 이미 형성된 지역을 찾았고, 이정석 대표는 재배뿐 아니라 체험과 유통까지 포함한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

제주도 내에서도 읍면별로 기온과 바람 조건이 다르고, 같은 작물이라도 하우스 방향과 단열 설비에 따라 난방비 차이가 크게 난다. 작목 선택보다 먼저 자신의 농지에서 어떤 조건이 충족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실질적인 출발점이다. 제주도 농업기술원과 각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아열대 작물 재배 가능성 검토와 기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2025년부터는 새로운 소득 작물 도입 지원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직접 재배를 결정하기 전에 이 창구를 먼저 활용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현실적인 경로다.

자주 묻는 질문

제주에서 애플망고를 시작하려면 초기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하우스 시설 구축과 묘목, 초기 운영비를 포함하면 1,000평 기준으로 수억 원의 초기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간 난방비가 매출의 절반 수준인 경우도 있어, 수익이 안정화되기까지 2~3년의 손익 분기 기간을 감당할 수 있는지가 핵심 조건입니다. 농지의 기온 조건에 따라 가온 방식과 비용이 달라지므로,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지역별·작물별 등유 소요량 지도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패션프루트는 귀농 첫해 수확이 가능하다는데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패션프루트는 심은 그해 수확이 가능한 작물로, 다년생인 감귤이나 망고에 비해 투자 회수 속도가 빠릅니다. 다만 착과 불량이나 바이러스 피해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국내 재배 기술이 아직 완전히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수확량이 안정적으로 나오기까지 초기 1~2년간의 기술적 시행착오를 감수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올리브 재배는 제주 기후에 맞나요?

올리브는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라는 작물인데, 제주는 일본의 올리브 명산지 쇼도시마와 위도와 기후 조건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재배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에 약 50곳의 올리브 농가가 있으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강한 바람과 높은 습도가 변수로 작용하며, 수확량이 일정하지 않은 해가 있을 수 있어 체험 관광, 교육, 가공품 연계 등 재배 외 수익 모델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아열대 작물 재배를 시작하기 전에 어디서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나요?

제주도 농업기술원과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아열대 작물 관련 교육과 기술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제주시 소재)에서도 재배 기술 연구 결과를 농가에 보급하고 있으며, 재배 가능성 검토를 위한 상담도 운영합니다. 작목반 또는 영농조합법인 형태로 조직된 선도 농가 네트워크에 참여하면 실제 재배 경험을 가진 농가로부터 현장 조언을 얻을 수 있어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